전통 라면의 귀환 ‘삼양1963’…“원조 라면 자존심 되찾겠다”
삼양식품 36년만에 우지라면…레시피 현대적 복원
김정수 부회장 “창업정신 잇는 새로운 출발” 선언
삼양식품은 국내 최초 라면의 정통성을 되살린 ‘삼양1963’을 통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의 맛을, MZ세대에게는 이제껏 먹어본 적 없던 맛을 전하며 새로운 라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다시 ‘우지’를 들고 나왔다. 과거 ‘우지 사건’으로 억울하게 무너졌던 기업의 헤리티지를 되살리는 동시에 기존 라면과 차별화된 맛을 통해 국내 라면 시장의 원조로서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삼양식품이 이달 출시한 ‘삼양1963’의 가장 큰 특징은 우지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라면 가운데 90%가량이 팜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양1963은 우지, 즉 소기름을 사용하며 초기 삼양라면의 정통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사실 우지와 팜유는 포화지방산 비율을 비롯해 고온에서의 안정성, 산화 안정성 등 기름으로서 성질은 거의 동일하다. 다만 팜유가 우지 대비 저렴하다 보니 라면, 과자 같은 상업용 제품에 팜유가 주로 사용되어 왔을 뿐이다. 우지는 팜유보다 가격은 높더라도 깊은 풍미와 감칠맛을 낼 수 있기에 레스토랑 등에서 볶음, 구이, 튀김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삼양라면은 한국 최초 라면의 정통성을 되살린 삼양1963을 통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의 맛을, MZ세대에게는 이제껏 먹어본 적 없던 맛을 전하며 새로운 라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골든 블렌드 오일’로 깊은 국물 맛
삼양1963은 대한민국 최초 라면이 탄생한 1963년부터 이어져 온 우지유탕 라면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제품이다. 물론, 예전 레시피를 그대로 복원만 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우지와 팜유를 4:6 비율로 섞어 사용했다면, 삼양1963은 우지 비중을 대폭 늘리면서도 팜유와의 최적의 비율을 고려해 만들어낸 ‘골든 블렌드 오일’을 사용했다.
골든 블렌드 오일을 사용해 튀겨진 면은 특유의 쫄깃한 성질 아래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우지유탕에 가장 적합한 면 굵기과 배합으로 설계해 탱탱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국물 역시 단조로운 매운 맛이 아니라 소고기, 사골, 닭고기 베이스에 무와 파로 깔끔한 뒷맛을 더하고, 청양고추를 얹어 한국인이 좋아하는 정도의 매콤얼큰한 맛을 만들었다. 여기에 골든 블렌드 오일로 튀긴 면이 더해지면 우지의 고소한 풍미가 국물에 담기면서 깊고 진한 맛을 낸다.
삼양식품은 이러한 국물 맛을 완성하기 위해 라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분말수프가 아닌, 액상수프를 선택했다. 액상은 분말보다 국물의 고소한 풍미를 생생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균일한 맛을 낼 수 있다.
여기에 후첨 분말로 더해지는 플레이크는 아삭아삭한 식감을 높이기 위해 동결건조(FD) 방식을 사용했다. 영하에서 급속으로 얼린 뒤 건조시켜 국물에 올렸을 때 원물의 색과 식감의 복원 정도가 뛰어나다. 삼양식품은 큼지막하게 썰고 동결건조한 대파와 단배추를 넣어 풍성한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콤 얼큰 맛 완성
삼양식품은 “삼양1963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기술과 신념 아래 ‘진짜 라면의 풍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불닭볶음면’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처럼, 이번엔 삼양1963을 통해 라면의 원점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삼양1963 개발을 위해 전국 유명 사골 맛집을 두루 탐방하고, 수십톤의 우지와 수백개의 샘플을 제작하는 등 3여년의 시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삼양식품에 우지는 단순한 원료가 아닌, 맛의 철학을 상징하는 재료이자 자부심이었던 만큼 차별화된 라면 본연의 맛을 위해 아낌없는 투자에 나섰다는 게 삼양식품의 설명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 3일 열린 삼양1963 신제품 발표회에서 직접 연단에 올라 “오늘은 삼양식품의 철학인 ‘정직으로 시대의 허기를 채운다’는 말이 가장 뜨겁게 증명되는 순간”이라며 “삼양1963은 삼양식품의 창업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상징이며 명예의 복원이자 진심의 귀환”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삼양1963은 삼양식품의 정신을 잇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60년의 역사 위에서 우리는 다음 100년의 삼양식품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처럼 삼양식품의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은 ‘삼양1963’은 현재 대형마트, 편의점, 이커머스 등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도 다양한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차별화된 맛을 지닌 삼양1963을 앞세워 국물라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한겨레 정희경 기자